[Creation #4]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재미도 감동도 없다
스포츠커뮤니케이션이론및실습(캡스톤디자인)
Article Creation #4
Topic: Sport Event
이 글은 2021년 11월 10일에 작성됐습니다
I. 서론
1.1 연구 배경
“32팀이 7라운드를 진행하면서 224명의 젊은이들이 오늘 NFL(National Football League) 선수가 된다. 이날 인생이 바뀌고, 운명이 결정되며, 왕조가 탄생하기도 한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그것이 바로 드래프트 데이(Draft Day)다.” - 영화 드래프트 데이 中(Reitman, 2014). 선수에겐 평생에 한 번, 팀에겐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기회이며 한 번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뀔 수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 그 사이, 바로 신인 드래프트 얘기다.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리그(MLB, NBA, NFL, NHL)을 비롯해 국내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다양한 리그에서 1년에 한 번 신인 드래프트가 개최된다. 이를 통해 아마추어 선수들은 앞으로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팀이 결정되고, 구단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자원을 영입한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자 아마추어 스카우트 팀이 1년간 공들인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드래프트는 주로 직전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 순서가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는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이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하위권 팀이 좋은 선수를 지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최하위권을 노리는 이른바 ‘탱킹(Tanking)’이 성행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지명 대상 선수 중 강백호(2016년), 심준석(2021년)처럼 ‘탈 아마추어급’ 대형 선수가 있다면 선수의 이름을 따 ‘OOO 리그’라는 명칭으로 10위 팀이 진정한 승자라는 유행 역시 존재한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성적과 상관없이 1년에 한 번 있는 이 날을 주목한다. 대부분의 지명은 TV나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생중계되어 팬들은 실시간으로 이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팬들의 예상과 구단의 선택에는 항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팬들 간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그만큼 신인 드래프트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존재하고 팀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행사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아마추어와 프로를 연결하는 제도적 시스템을 넘어 이제는 모든 구단, 선수, 미디어, 그리고 팬들이 주목하는 하나의 큰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1.2 연구 목적: 신인 지명, 그 이상의 축제
신인 드래프트는 올스타전과 더불어 모든 팀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사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곳이 바로 미국프로풋볼(NFL)이다. NFL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 리그이기도 하다. 1935년 리그 회의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공동 소유주 버트 벨은 리그를 공평하게 하고 모든 팀들이 재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드래프트 제도를 제안했다. 이는 구단주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1936년 최초의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게 됐다(NFL, 2021). NFL 신인 드래프트는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교본으로 꼽힌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보통 하루 내에 길어도 2시간 내외로 끝나는 데에 비해 NFL의 드래프트는 3일 동안 진행된다. 첫날에는 1라운드, 둘째 날에는 2~3라운드,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4~7라운드까지 지명이 이루어진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답게 스케일과 파급력이 남다르다.
GCSC(Greater Cleveland Sports Commission)는 클리블랜드에서 2021 NFL 드래프트를 개최함으로써 오하이오 북동부 지역에 4천 2백만 달러(약 497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3일 동안 전 세계 4천만 명의 시청자와 16만 명의 방문객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나무 심기, 고등학교 미식축구 경기장 재단장 등 부가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GCSC, 2021). 이렇듯 드래프트 행사 자체가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 2014년까지 NFL 드래프트는 매년 뉴욕에서 개최되었으나 2015년부터 뉴욕을 벗어나 시카고, 필라델피아, 댈러스 등 외부 지역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NFL, 2021). NFL의 인기가 이어지는 한 미국 전 지역에서 드래프트 개최 장소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신인 선수를 뽑는 자리가 아니라 팬들의 관심이 몰리는 큰 이벤트로 신인 드래프트가 발전한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 역시 NFL처럼 신인 드래프트를 하나의 축제로 삼아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NBA 드래프트는 평균 TV 시청자가 374만 명에 달했고 평균 시청률은 2.4%를 기록했다(Cafardo, 2015).
지명 선수 규모로 봤을 때 가장 큰 것은 메이저리그(MLB)다. 미국 내 다른 리그는 2라운드(NBA), 7라운드(NFL, NHL) 등 보통 10라운드 내로 드래프트가 열린다. MLB는 2019년까지 30개 팀이 40라운드를 진행했다. 2021년 기준 코로나19로 드래프트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20라운드에 달한다. 여기에 시장 규모가 작은 팀을 위한 CBA(Competitive Balance Round A)나 퀄리파잉 오퍼 제안 거절에 따른 보상 라운드 등이 추가로 있다. 30개 팀이 수십 라운드를 진행하는 만큼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NFL과 동일하게 3일 동안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다. 올해 기준으로 621명의 아마추어 선수가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Sutelan, 2021). 그러나 MLB는 NFL이나 NBA와 비교했을 때 행사 규모 면에서 작고 인기도 떨어지는 편이다. 2021년 MLB 드래프트 1라운드 평균 시청자는 ESPN과 MLB Network를 합쳐 약 103만 명이었다. MLB 드래프트는 폐쇄적인 스튜디오에서 행사가 열려 팬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선수들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에 해외 프로스포츠의 드래프트 형식을 적용한다면 어떨까?
1.3 연구 문제: 신인 드래프트 in K-프로스포츠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신인 드래프트의 모습은 어떨까? 1년에 한 번 열리는 중요한 이벤트라기엔 다소 단출하게 진행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소수의 팬들이 입장할 뿐이었다. 그런데 경제적인 파급 효과는 고사하고 대부분의 종목에서 구단의 지명 포기가 줄줄이 이어져 보는 이들의 흥미가 떨어진다. 국내 프로야구, 프로농구(남, 여), 프로배구(남, 여)의 드래프트 지명 상황은 어떨까?
드래프트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KBO리그다. 전반적인 구단 운영비와 선수단 규모가 다른 리그보다 크기 때문에 지명 가능한 인원, 그리고 실제 지명되는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KBO리그에서는 10개 구단이 11명씩 지명 기회가 주어져 최대 110명의 선수들이 프로 무대로 발을 들이게 된다. 과거에는 KBO리그도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 기회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2012 신인 드래프트 이후에는 NC 다이노스가 학폭 논란으로 인한 김유성을 포기한 건을 제외하고 지명 포기 사례가 없다(KBO, 2012). KBO리그를 제외한 모든 리그는 실제 지명 가능한 인원을 전부 채우지 않고 구단 사정에 따라 지명 인원을 조절한다. 위 표에 나온 것처럼 지명 가능 인원의 절반을 간신히 채우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 드래프트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시기상조처럼 느껴진다. 신인 드래프트를 파급력 있는 이벤트로 활용할 가치가 가장 높은 종목은 프로야구로 보인다. KBO리그는 산업 규모 면에서나 인기 면에서나 단연 국내 최고의 위치를 지켜오고 있다. 중계권료, 관중 수입, 스폰서 등 전반적인 시장 규모에서 국내 타 스포츠 몇 배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리그조차 신인 드래프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KBO리그를 중심으로 신인 드래프트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연구 문제 1) 현재 KBO 신인 드래프트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연구 문제 2) KBO 신인 드래프트를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II. 본론
2.1 연구 대상 및 방법: KBO 신인 드래프트
KBO리그의 신인 드래프트는 매년 8~9월에 진행된다. 1982년부터 현재까지 상황에 따라 제도가 변경되어 왔고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또 제도의 변화가 생긴다. 기본적으로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는 1차 지명과 2차 지명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1차 지명을 통해 10개 구단이 각 연고 지역 선수를 한 명씩 지명하고, 2차 지명에서 직전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10라운드 동안 지명이 이뤄진다. KBO리그는 이런 방식으로 최근 몇 년간 신인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그간 1차/2차 지명 시스템은 몇 번의 변화가 있었고 올해 열린 2022 신인 드래프트까지 위와 같은 방식이 유지됐다. 내년부터는 1차 지명이 폐지되고 지역 구분 없이 2차 지명을 11라운드로 진행할 예정이다(KBO, 2021). 이전까지 1차 지명과 2차 지명이 이뤄지는 날짜가 달랐으나 1차 지명이 폐지됨에 따라 신인 선수 110명이 모두 하루 안에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모든 2차 지명 과정은 TV 혹은 인터넷 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현장에서의 진행 방식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9년에 개최된 2020 신인 드래프트까지는 온라인 신청을 통해 팬들의 입장을 받았다(KBO, 2019). 또한 지명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들도 현장을 찾아 본인이 호명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현장에서는 각 구단의 스카우트 팀이 총출동하여 순서가 올 때마다 스카우트 팀장이 직접 선수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열린 행사는 모두 무관중,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현장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구단별 직원 1명씩 배치됐고 실시간 영상통화를 통해 10개 구단 사무실로부터 스카우트 팀장이 선수를 호명했다. 현장에는 선수도 팬도 없었다.
2.2 KBO 신인 드래프트의 문제점
KBO 신인 드래프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불친절하며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현저히 부족하다. 팬들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우리 팀이 어떤 선수를 뽑을지’에 대한 여부 정도일 것이다. 심지어 드래프트가 열리는 시간대도 좋지 않다. 최근 5번의 신인 드래프트는 모두 월요일 오후 2시에 열렸다(KBO, 2017~2021). 이는 중계로 시청하기에도 직접 관람하러 가기에도 좋지 않은 시간이다. 그만큼 화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KBO의 신인 드래프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1. 첫 번째로 지명 선수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부족하다. 2차 지명 생중계를 통해 올해까지는 100명, 내년부터는 110명의 이름이 불린다. 평소에 아마추어 야구를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은 대다수 야구팬들은 1, 2라운드와 같은 상위 라운드 선수를 제외하면 선수들의 이름조차 낯설 것이다. 하위 라운드로 갈수록 그 성향은 짙어져 간다. 그렇게 되면 팬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떨어진다. 국내 고등학교, 대학교 야구 대회의 인기가 KBO리그 대비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Mannis(2020)는 MLB의 드래프트가 NFL, NBA의 드래프트보다 인기 부분에서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대학 야구의 인기 부족을 꼽았다. 2019년 대학 월드시리즈(College World Series)의 평균 시청자는 196만 명이었다(Cahill, 2019) 반면, NCAA 농구 챔피언십 게임(NCAA Men’s Basketball Championship Game)과 2019-20 대학 풋볼 챔피언십(College Football Championship)은 각각 1,960만, 2,55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Jerde, 2019; Impey, 2020). 인기가 떨어져 정보가 부족하다면 드래프트를 통해서라도 해당 선수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는 시간 내에 모든 선수의 이름을 부르는 데에 급급하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대부분의 선수가 지명됐을 때 제공되는 정보는 포지션과 출신 학교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선수를 뽑아도 좋은 결정인지 나쁜 결정인지 판단이 어렵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드래프트 이후 방송사를 통해 진행되는 분석 방송, 야구 커뮤니티, 아마추어 야구 전문 매체 등지에서 직접 찾아봐야 할 것이다.
2. 두 번째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KBO리그가 2시간 이내에 100명의 선수를 모두 지명하는 데에 비해 NFL은 약 3시간 동안 1라운드를 진행한다. 그만큼 선수 하나하나를 뽑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사이에 풍성한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다. 지명 선수의 활약상과 주목 포인트, 그리고 전문 패널의 분석이 이어진다. 해당 선수의 인터뷰는 기본이다. 올해 NBA 드래프트의 경우 특정 셀럽들이 영상을 통해 지명 선수들을 축하하는 영상이 더해져 볼거리를 제공했다. 반면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는 단조로운 구성이다. 쉴 틈 없이 각 구단의 선수 호명이 이어지고 선수들이 현장에 있다면 간단한 리액션과 함께 축하를 받을 뿐이다. 올해 2차 지명 행사는 매 라운드 사이에 10개 구단 단장 인터뷰를 진행한 것 외에 특별히 준비된 콘텐츠가 없었다. 지명 사이사이 준비된 화면은 많지 않았고 음성을 채우는 건 대부분 진행자 2명의 몫이었다. 이날 지명된 선수 중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선수는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세광고 투수 박준영(한화 이글스 입단 예정) 한 명뿐이었다.
2차 지명 이전에 1차 지명 선수 10명의 소감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역시 문제다. 2차 지명 3주 전에 KBO는 10개 구단의 1차 지명 선수 10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문동주, 김도영 등 고교 최고의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1차 지명에서는 항상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국구급 선수들이 지명되는데 발표 방식은 허무했다. KBO가 각 구단으로부터 선수 명단을 모아 언론에 통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NFL, NBA, MLB,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NPB)까지 대다수 프로 스포츠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첫 라운드, 최상위권 지명이다. KBO리그는 이를 문서상으로 발표한 것이 전부였다.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지만 1년 만에 이를 폐지하며 원래 방식을 택했다. 스스로 화제성을 죽이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3. 마지막으로 부족한 연출로 극적인 요소가 떨어진다. 백명진(2007)은 "TV가 대중화된 1960년대부터 스포츠는 그 이전과 달리 경기의 결과뿐만 아니라 스포츠 자체의 외적인 모습과 그것의 이미지에 관심을 쓰게 되었다. 따라서 디자인은 스포츠 분야의 그런 요구에 부응함으로 스포츠 분야가 사회 속에서 보다 더 매력적인 분야로 정착하게 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라고 전했다. 스포츠가 미디어를 통해 중계되면서 쓰이는 각종 화면 기법과 연출은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신인 드래프트 역시 스포츠에서 연출을 통해 외적인 모습을 강화할 수 있는 이벤트로 여겨진다. NFL의 신인 드래프트 현장은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시각, 청각적으로 연출이 화려하다.
모두가 주목하는 1라운드 지명 순간, 팀의 지명 결과를 전달받은 NFL 커미셔너가 단상에 오른다. 청중들의 이목이 단상으로 주목되고 커미셔너는 뜸 들이면서도 힘 있는 어조로 선수를 호명한다. 그리고 화면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뛸 듯이 기뻐하는 선수를 잡는다. 지명된 선수가 무대 위로 오르는 길에도 시각적 요소로 가득하다. 이런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극적인 요소를 더한다.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있는 신인 드래프트보단 영화제 시상식에 가까운 모습이다. KBO는 어떨까? 구단마다 차례가 돌아오면 스카우트 팀장이 무덤덤하게 선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전부다. 그들은 선수를 분석하고 지명을 결정하는 데에 온 신경이 쏠려 있을 것이다. 긴장감을 높이고 극적인 효과를 주는 데에 적합한 이들이 아니다. 수많은 팬들이 1년에 한 번뿐인 선수 지명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 연말 골든글러브 시상식뿐만 아니라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보다 긴장감 있는 연출이 필요해 보인다.
2.3 개선안
위에서 살펴본 문제점을 해소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야구팬들이 즐기는 대규모 이벤트로 만드는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드래프트 당일에만 변화를 준다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드래프트 이전, 드래프트 당일, 그리고 드래프트 이후에도 KBO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인 드래프트 자체의 변화를 넘어 프로 데뷔 이전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자신들을 알리는 기회를 열어주고 팬들에게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데뷔 전부터 선수의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진다면 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드래프트 이전, 드래프트 당일, 그리고 드래프트 이후로 나누어 해결책을 제시한다.
2.3.1 Before Draft: 이름을 알려라
신인 드래프트 이전에 필요한 것은 단연 아마추어 선수들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선수들은 구단 스카우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팬들은 앞으로 지명될 선수들을 알아가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드래프트 대상 선수들의 ‘쇼케이스’를 제안하고자 한다. NFL, MLB, 그리고 KBL까지 드래프트 이전에 선수들의 신체 능력을 테스트하는 자리가 이미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NFL Scouting Combine이다. 이 행사에는 매년 300명 이상의 대학 풋볼 선수들이 참가하며 40야드 달리기를 비롯한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신체 능력을 측정한다(NFL, 2021). MLB 또한 올해부터 Draft Combine과 PDP(Prospect Development Pipeline) League를 통해 유망주 선수들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MLB, 2021). 기존에 KBO리그는 ‘트라이아웃’이라는 제도가 존재한다. 주로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야구부 소속이 아닌 해외리그, 독립리그 출신 선수들이 참여해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테스트 결과가 정량화되어 공개되지 않고 참가 인원은 극소수(2021년: 6명)에 불과하다(권혁진, 2021). KBO리그 역시 이를 확장해 지명 대상 선수들의 신체 능력과 더불어 투구, 타구, 수비 능력 등을 측정하는 행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 표는 신인 드래프트 참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쇼케이스 가상 진행 방안이다. 지명 후보 200여 명을 초청해 선수 개인 능력을 평가하는 자리를 가진다. 시기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학교는 방학에 돌입한 7, 8월경이 적절해 보인다. 타자와 투수에 따라 평가 요인이 달라지며 타구 속도, 구속, 공 회전수 등 수치화가 가능한 것은 기록으로 남겨 스카우트 및 팬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전반적인 타격폼, 투구폼, 수비 능력 등 수치화가 어려운 요소들은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며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NFL Combine이 선수들의 극한의 신체 능력을 보는 재미가 있다면, KBO리그 신인 쇼케이스에서는 공의 위력, 타격 능력 등을 객관적인 수치로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런 기록이 최소 몇 년 누적된다면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정해져 선수들을 비교 분석하는 데에도 용이할 것이다. 또한, 팀을 나눠 연습 경기를 치르는 방안도 고려된다. 이 경우 ‘수도권 vs 비수도권’, ‘대학교 vs 고등학교’ 등으로 팀을 나누어 실전 경기 감각을 확인해볼 수 있다. 쇼케이스를 통해 스카우트는 한 자리에서 선수들의 능력을 재확인할 수 있고 팬들 역시 다가오는 드래프트에서 지명될 선수들의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선수들은 이 자리를 통해 지명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대회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가 신체 능력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스카우트들의 평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2.3.2 Draft Day: ‘Monday Night Draft’
앞서 쇼케이스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면 이제 드래프트의 날이 밝았다. 1년에 한 번 있는 이벤트인 만큼 앞서 살펴본 문제점을 토대로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개선안을 제시해본다. 개선안은 모두를 위한 이벤트를 전제로 하는 만큼 많은 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라는 점을 가정하여 설정했다. 단순히 NFL, NBA와 같은 해외 모범 사례를 모방하는 것보단 국내 실정에 맞춰 KBO리그식 신인 드래프트로 이상적인 방안을 생각해보았다.
1. 장소 변경: 기존 신인 드래프트는 호텔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 없었고 코로나 직전이었던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입장한 팬은 180명에 불과했다(KBO, 2019). 보다 많은 팬들이 행사에 참석하고 그리고 선수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지명을 기다리는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공간에서 드래프트를 개최하고자 한다. 또한 매년 각 지방을 돌며 드래프트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개막 미디어데이,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 팬들이 참여 가능한 KBO리그 주요 행사는 그동안 줄곧 서울에서 개최되어 왔다. 자칫 지방 팬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올스타전처럼 매년 개최 지역을 옮겨 지방 팬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시간대 변경: 기본적으로 신인 드래프트는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진행됐는데 낮 시간대에 진행되어 실시간 중계 시청에 어려움이 있었다. 최대한 많은 팬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간적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야구 경기와 겹쳐 화제성이 분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요일은 유지하되 저녁 시간대로 시간대를 변경한다. 평일 야구 경기 시간대로 배치되어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시청하기에 부담이 덜할 것이다. 그간 열리던 1차 지명이 없어지면서 2차 지명이 1라운드 더 증가했고 콘텐츠가 확대된다면 2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저녁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아주 길게 진행하는 어려울 것이고 3시간 내외로 시간을 배치했다.
3. 지명 발표 방식 변화: 각 구단 스카우트 팀장이 발표하는 기존 방식에서 변화를 준다. 각 구단 인원이 직접 발표하는 구조가 아닌 KBO 측에 지명 결과를 전달하고 대표자가 단상에서 발표하는 형식을 채택한다. 이를 통해 무대 중앙에서 팬들의 주목도를 높인다. NFL, MLB, NBA 등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는 이런 형식으로 리그의 커미셔너가 나와 진행과 발표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리그의 우두머리가 나와 발표하는 것은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대외적으로 인터뷰 및 미디어 노출이 많은 해외 커미셔너에 비해 KBO 총재는 외부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보단 경영인에 가까워 드래프트 현장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발표 인물로 적절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KBO 홍보대사를 비롯해 팬들에게 익숙한 KBO 레전드 스타들을 활용하고자 한다. 현 KBO 홍보대사는 ‘라이언킹’ 이승엽이다. 이승엽과 더불어 김태균, 박용택 등 친숙한 스타들을 활용한다면 화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명되는 선수들 입장에서도 야구선수를 꿈꾸며 롤 모델로 삼았던 선수들에게 이름이 불리는 건 더욱 특별할 것이다. 만약 양의지(8라운드, 59순위), 김선빈(6라운드, 43순위)과 같은 하위 라운드 출신 선수들이 은퇴 이후 이 역할을 하게 된다면 상위권에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4. 콘텐츠 및 연출 개선: 드래프트 진행 시간을 늘린 만큼 이 시간을 채울 부가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며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연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진행된 드래프트는 2명의 진행자에게 모든 것이 맡겨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팀별로 지명하는 사이사이와 구단에서 타임을 요청한 순간 등 진행자 2명이 모든 음성을 채우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진행자에게 부담이 되며 팬들 입장에서도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다. 기본적인 진행자 외에 전문 패널이 더해진다면 더욱 의미 있게 음성을 채울 것이다. 앞서 살펴본 문제점에서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이 선수 정보 부족이었다. 지명되는 선수들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인원이 있다면 시청하는 팬들의 만족도가 한층 올라갈 것이다. 각 방송사 해설위원이나 아마추어 야구에 능통한 지도자, 기자 등 다양한 인원이 이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또한, 1, 2라운드와 같은 상위 라운드 지명에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드래프트에서 화제성이 가장 높으며 시청자가 가장 많은 순간은 첫 라운드 지명이다. 아마추어에서 가장 유명하고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지명되는 만큼 팬들의 기대가 가장 큰 순간이다. 2020 NFL 드래프트에서 첫날(1라운드) 평균 시청자 수는 1,560만 명이었으나 두 번째 날(2~3라운드)은 820만 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NFL, 2020). 그간 KBO리그 2차 지명은 1라운드와 하위 라운드 지명에 할애되는 시간이 거의 차이 없었다. 1~2라운드 선수들은 지명된 후 곧바로 구단에서 유니폼을 입히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상위 라운드 선수일수록 중계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정보 또한 많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선수를 지명하는 순간은 지금보다 긴장감 있게 조성할 필요가 있다. 신인 드래프트는 선택 하나로 선수의 인생과 팀의 미래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발표하듯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보다 긴장감 있는 분위기 속에서 보는 이들의 흥미가 더 높아질 것이다.
5. 방송사와의 관계 개선: 이 사항은 드래프트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꼭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신인 드래프트는 KBO뿐만 아니라 중계를 진행하는 방송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1~4번까지 논의한 모든 사항이 방송사와 KBO 간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최근 방송 4사가 KBO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둘의 관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이혜진, 2021).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진행된 2018 KBO 2차 신인 드래프트는 방송사 중계가 이뤄지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TV 중계는 물론 인터넷 포털로도 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방송사 측인 엠스플뉴스는 KBO 수뇌부의 그릇된 행정이라며 꼬집었고, 당시 KT 위즈 김진욱 감독은 “KBO 전체 신인선수들을 좀 더 많이 소개해야 한다. 그래야 야구팬이 더 야구에 관심을 둔다. 야구인이 모두 발 벗고 나서도 모자랄 판에 신인 드래프트 중계를 취소했다니, 도대체 (KBO가) 무슨 정신과 마음으로 이런 행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목소리를 냈다(전수은, 이동섭, 박동희, 2017). KBO와 방송사의 관계는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달리 나아졌다고 보이진 않는다. 4년 전에 일어난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김지혜와 임정수(2008)는 “스포츠와 미디어는 그 출발은 달랐지만,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스포츠는 미디어와 불가분의 관계를 구축하였다.”라는 말과 함께 서로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며 상호작용적으로 진화했음을 시사했다. KBO와 방송사 모두 서로 필요로 하는 상생 관계인 만큼 협조적으로 소통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2.3.3 After Draft: 내년을 바라보며
드래프트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지명된 선수들을 활용하는 방안과 다음 연도 행사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연간 100명이 넘는 선수들이 리그에 새로 유입되는 만큼 이들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매년 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리그 차원에서의 교육이 이뤄지는데 이때 앙케트 조사나 유튜브 영상 촬영 등의 콘텐츠를 끌어낼 수 있다. 또한, 드래프트의 규모가 커진 만큼 다음 연도를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어느 도시에서 어떤 기준을 통해 개최할지 선정하고 해당 지역에 맞는 분위기와 컨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드래프트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드래프트를 기반으로 하여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사업으로 굿즈 제작 및 판매를 논의해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선수 쇼케이스와 드래프트의 개최 비용을 충당할 스폰서를 찾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III. 결론
앞서 언급했듯이 신인 드래프트는 구단과 선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연례행사이며 팬들의 주목도 역시 높다. KBO리그는 드래프트가 가지고 있는 큰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여느 별다른 행사와 다를 바 없이 취급하고 있다. 또한 팬들에게 불친절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며 재미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방치되어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필자는 신인 드래프트가 가진 중요성과 엔터테인먼트적인 잠재성을 터트려 가치를 높인다면 팬들이 더 열광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거라 믿는다. 그리하여 NFL이나 NBA의 사례처럼 대규모 이벤트로 성장시킬 필요성을 느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위에서 제시한 내용을 정리해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3.1 2028 KBO 신인 드래프트 시뮬레이션
“2028년 7월 24일 월요일, 드래프트 지명 대상 선수들의 신체 능력과 야구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쇼케이스 날이다. 이번 쇼케이스에도 3년째 스폰서십을 유지 중인 에너지 음료수 몬스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선수의 능력을 측정하는 시설 곳곳에 해당 브랜드 이미지가 배치되어 있다. 전국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비롯해 독립리그 출신까지 200여 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쇼케이스에 참석했다. 전국 최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는 투수 A는 이날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다. 비공식 최고 구속 155(km/h)를 찍었다고 소문이 무성한 그는 테스트에서 150이 넘는 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의 회전수도 전체 선수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스카우트들은 갸우뚱한 모습이다.
반면, 이름이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던 타자 B는 이날 최고의 스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고등학교 3년 타율이 3할에 미치지 못해 상위 라운드 지명이 어렵다고 평가받은 그는 주루와 수비 방면에서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B는 홈에서 1루까지의 거리 30피트를 3.6초 대로 돌파하며 본인이 가진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했다. MLB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빌리 해밀턴(3.61초)의 기록에 버금갈 정도다(하남직, 2016). B가 기록한 수치는 역대 쇼케이스 최고 기록이다. 그는 수비에서도 다양한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차세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구단 성향에 따라 중상위권 지명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날, 연습경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투수 A가 상대 타선에 난타당하며 조기 강판당했다. 몇몇 구단 스카우트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타자 B는 이날 A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유일한 선수다. 스카우트들은 다시 한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2028년 9월 18일 월요일, 드래프트의 날이 밝았다. 올해는 사직 신구장 완공을 기념하며 부산에서 드래프트가 열렸다. 1,000여 명의 야구팬들이 이날 드래프트 현장을 찾았고 시작 전부터 사람들은 MD샵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Monday Night Draft’ 로고와 함께 방송 중계가 시작된다. 진행자의 간단한 드래프트 소개가 끝나고 익숙한 체형의 인물이 무대 위로 오른다. 롯데 자이언츠 출신의 이대호 선수가 올해 1라운드 지명 발표를 맡았다. 부산에서 이벤트가 열린다는 점이 이러한 결정에 한몫했을 거라 보인다.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고 1라운드 첫 번째 픽이 공개되는 순간이다. 전년도 최하위 키움이 지명 선수를 결정했고 이는 이대호에게 전달되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객석은 고요해지고 이대호는 힘 있는 목소리로 선수 C의 이름을 불렀다. C는 부모님과 서로 뛸 듯이 기뻐하며 그 순간을 함께 한다. C가 무대로 오르자 키움 고형욱 단장이 이미 유니폼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 패널로 나온 박재홍 해설이 선수 C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C는 울먹이며 인터뷰를 이어가고 뒤이어 남은 9개 구단의 1라운드 지명이 이뤄진다.
투수 A는 1라운드에서 지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상외로 지명이 밀리면서 선수는 초조해 보인다. 2라운드엣어 오히려 타자 B가 A보다 먼저 지명이 이루어졌다. 몇 달 전까진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지만 쇼케이스와 8월에 치러진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에서의 활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는 NC 다이노스 출신 양의지가 지명을 발표하게 됐다. 양의지는 하위 라운드 출신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만큼 여러 선수들에게 희망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밤 10시가 가까워져서야 모든 지명이 완료됐다. 11라운드에 걸쳐 10개 팀이 총 110명의 선수를 뽑는 대장정이었다.”
3.2 마치며
신인 드래프트는 지금보다 더 커질 가치가 충분하다. 당장 많은 변화를 주지 못하더라도 방치되어 있던 드래프트를 차근차근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껍데기가 알맹이를 좌우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고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가 재미있고 웅장한 쇼처럼 변하더라도 당장 지명되는 선수의 실력이 변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드래프트가 하나의 대규모 이벤트로 성장한다면 이는 리그 자체의 인기를 높이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리그의 인기는 유입 인원의 증대를 일으킨다. 유입 인원의 증가는 곧 질적인 수준의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KBO리그는 현재 모든 야구팬, 야구인, 그리고 미디어에서 모두 인정하는 위기에 빠져 있다. 인기의 재부흥을 위해 지금은 많은 시도를 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신인 드래프트의 개선이 그 방안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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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피드백
8점
- 연구문제가 직관적인 것은 좋으나, 보다 더 심층적 질문을 통해 다양하되 깊이 있는 지식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함
- 이외 모든 분야에서 훌륭함
자체 피드백
주제를 잡기 어려웠으나 주제를 확정짓고 나서는 글을 쓰는 게 재밌었음.
최고점을 받게 되어 만족.
미국의 스포츠 이벤트가 워낙 멋있어 보여서 KBO리그도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멋있게 이벤트를 개최했으면 하는 바람을 듬뿍 담아 작성. 드래프트데이를 재밌게 본 것도 한 몫 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