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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1차지명 손익계산서] ‘누가누가 잘 뽑았나’ (1) 수도권 구단

YJ_ 2021. 9. 3. 12:19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2022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이 완료됐다. 이병헌, 김도영, 문동주 등 주요 아마추어 선수들이 10개 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번 지명을 끝으로 1차 지명 제도는 폐지된다. 1차 지명 제도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시작되어 2009년 신인 드래프트까지 유지됐고, 2013년 신인 드래프트까지 4년간 전면 드래프트 시행으로 잠시 사라졌다.  
 
이후 연고지 학교 지원 감소 등을 이유로 9년간 1차 지명 제도가 부활했으나 지역 간 유망주 팜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팀 간 전력 평준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내년부터 KBO리그는 다시 전면 드래프트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지난 2014년 드래프트부터 올해 2022년 드래프트까지 어떤 팀이 좋은 자원을 뽑았을까? 그리고 지역별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지난 9년간 시행된 10개 구단의 1차 지명 선수를 비교해보자. 

비교 기준으로는 계약금과 통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세웠다. 계약금은 선수의 아마추어 시절 위상과 잠재력을 보여주며, WAR은 프로 데뷔 이후 실제 결과물을 나타낸다. 

다만 WAR은 지명받은 팀에서만의 활약이 아닌 선수 개인 통산 기록을 기준으로 했다. 예를 들어 박세웅은 KT에서 지명돼 통산 10.75의 WAR을 누적했지만 KT에서 기록한 수치는 0.27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10.75 모두 KT의 것으로 포함했다. 뽑아서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가 아닌 얼마나 좋은 선수를 ‘뽑았는지’만을 보기 위한 것이다. 팀별로 전력, 유망주 육성 기조, 코칭 능력 등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이런 부분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 2022 1차 지명은 팀별 계약이 아직 진행 중이므로 계약금을 기재하지 않음
※ 2021년 8월 28일 기준 STATIZ의 WAR을 합산함



키움 히어로즈 – 계약금 1위 / WAR 1위

[2021.08.27 / STATIZ 기준]

키움 히어로즈는 1차 지명 제도의 최고 수혜자다. 두산, LG와 함께 서울, 제주를 연고 지역으로 하며 매년 1~3순위를 돌아가면서 선수를 뽑았다. 서울은 덕수고, 서울고, 휘문고 등 명문 고등학교를 필두로 전국에서 가장 유망주 팜이 좋은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키움은 최고의 선수들을 뽑았다. 그만큼 많은 계약금이 필요했고 키움이 8명의 선수에게 쓴 28억은 10개 구단 중 1위에 해당한다.

이정후는 이 기간 동안 이루어진 1차 지명 선수 중 단연 최고다. 당시 서울 지역 2순위로 뽑혔고 데뷔 1년 차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골든글러브 수상 3회, 국가대표 발탁 4회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최원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선수다. 같은 시기에 최원태의 누적 WAR은 리그 토종 투수 중 양현종, 김광현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최원태는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에 발탁된 바 있다. 다만, 최근 2년간의 모습은 다소 저조하다.

임병욱은 앞선 둘만큼은 아니지만 팀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2018년 팀의 주전 중견수로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이후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입지를 잃었고 올해 초 상무로 입대를 결정했다.

안우진과 장재영은 당시 아마추어 최고 선수로 평가받으며 각각 해당년도 최고 계약금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150대 후반의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우진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으나 방역수칙 위반으로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올 시즌 남은 경기 출장이 불투명한 상태다. 장재영은 제구에 큰 난조를 보이고 있어 아직 프로 무대 적응이 필요해 보이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키움의 1차 지명 선수들은 현재 전력과 미래 자원 모두 탄탄한 모습이다.

 

 

두산 베어스 – 계약금 3위 / WAR 3위

[2021.08.27 / STATIZ 기준]

두산 베어스는 마찬가지로 서울, 제주를 연고 지역으로 가지며 톡톡한 성과를 냈다. 대표적으로 이영하와 최원준이라는 국가대표급 선발 자원을 얻었다. 이영하는 올해 크게 부진하나 지난 2019년 17승을 올리는 등 최근 몇 년간 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최원준 역시 작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토종 선발 자원으로 떠올랐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세 차례 구원 등판하기도 했다. 최원준은 대학 시절 토미존 수술을 받고 입단 당시 갑상선암을 진단받는 등 여러 굴곡이 있었으나 이를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이 밖에도 곽빈, 김대한, 안재석, 이병헌 등 미래가 기대되는 자원들 역시 즐비해 있다. 곽빈과 안재석은 올 시즌 각각 선발과 유격수 자리에서 팀의 주전급 선수로 뛰고 있다. 특히 안재석은 데뷔 1년 차에 준수한 활약으로 김재호의 뒤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김대한과 이병헌은 둘 다 서울권 1순위로 지명된 선수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김대한은 입단 당시 전국 최대어 야수로 기대를 모았다. 타자와 투수로서의 능력이 모두 출중해 포지션 선택에 고민이 있었는데 결국 타자를 택했다. 데뷔 후 성적이 부진해 지난해 8월 입대를 결정했고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이병헌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최고 구속 151km/h를 뿌리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무난히 1순위 지명이 예상됐지만 올해 7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8월에는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큰 변수가 생겼다. 불확실한 몸 상태에도 두산은 이병헌을 1순위로 지명하며 육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확실하기에 무사히 재활이 이루어진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 트윈스 – 계약금 4위 / WAR 5위

[2021.08.27 / STATIZ 기준]

LG 트윈스는 앞서 나온 두 팀보단 덜하지만 서울 연고를 기반으로 준수한 성과를 얻었다. 가장 큰 수확은 단연 고우석이다. 고우석은 당시 서울권 1순위로 지명됐고 강속구를 앞세워 데뷔 시즌부터 팀의 구원투수로 출전했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9년부터다. 팀의 마무리로 등판하며 리그 정상급 구원투수로 활약했고 그해 WBSC 프리미어12에서 프로 데뷔 후 첫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작년에는 다소 부진했으나 올해 평균 구속이 크게 상승해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십자인대 부상으로 병역 면제되어 향후 몇 년간 팀의 뒷문을 책임질 선수로 평가받는다.

이민호 역시 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기대되는 선수다. 서울권 1순위로 지명된 이민호는 지난해 데뷔 첫해부터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대부분 10일 간격의 로테이션으로 철저한 관리하에 등판했지만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시즌 중반까지는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올해는 작년보단 부진하지만 팀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선발 등판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정용은 데뷔 첫해를 수술과 재활로 날렸지만 작년 중순 복귀해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입단 동기 정우영과 함께 LG 불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기대보다 아쉬운 모습을 보인 선수도 있다. 임지섭과 김대현은 데뷔 초 기대치가 높았지만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임지섭은 입단 때부터 최고구속 150km/h에 이르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제구에 심각한 난조를 겪었고 이후 구속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시즌 이후 은퇴 의사를 밝히며 지난해를 통으로 쉬었고 현재 수술과 재활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대현은 고등학교 시절 두산 이영하와 함께 선린고 원투펀치로 주목을 받았다. 2018년 데뷔 2년 차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팀의 선발 기대주로 떠올랐으나 이듬해 크게 부진했다. 불펜 전환 이후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작년부터는 1군에서 기회가 줄어들었고 지난 7월 현역 입대를 결정했다.

 


KT 위즈 – 계약금 7위 / WAR 2위

[2021.08.27 / STATIZ 기준]

KT 위즈는 경기도를 연고 지역으로 하는 팀이다. 다만, 2016년까지는 NC와 함께 신생팀 혜택으로 8개 구단 1차 지명 이후 전국을 대상으로 지명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지명된 박세웅, 엄상백, 박세진 모두 경기권 이외 지역 선수들이다. 또한, KT는 2015년까지 1차 지명에 앞서 특별 지명 권한이 있었는데 이는 제외했다.

KT는 WAR 부문에서 10개 구단 중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함정은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박세웅이라는 점이다. 박세웅은 창단 초반 팀의 토종 에이스로 주목받았으나 2015년 시즌 도중 트레이드되어 커리어 대부분을 롯데에서 활약했다. 박세웅이 쌓은 WAR을 제외하면 순수 KT의 성과는 저조하다.

박세웅을 제외한 1차 지명 선수 중 가장 성공한 선수는 소형준이다. 소형준은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마추어 선수 중 최대어로 평가받으며 그해 가장 많은 계약금을 받았다. 데뷔 첫해부터 소형준의 활약은 빛났다. 지난해 소형준은 3점대 평균자책점에 13승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등장한 고졸 신인 10승 투수였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소형준은 데뷔하자마자 팀에 창단 첫 가을야구를 선사했다.

소형준 이외 다른 선수들의 활약은 아직 미미하다. 이들 중 1군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로는 엄상백과 김민이 있다. 엄상백은 데뷔 첫해인 2015년 선발로 기회를 받았으나 이후에는 주로 구원으로 뛰었고 기복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상무에서 퓨처스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승리, 탈삼진 1위로 2군을 폭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7월 전역해 후반기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팀의 선두 경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은 최고 구속 155km/h의 강속구 투수로 데뷔 2년 차인 2019년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듬해에는 성적이 저조해 상무로 입대했고 도쿄 올림픽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뿌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KT에서 1차 지명 선수들의 활약은 아직 저조하나 투수 쪽에 좋은 자원이 많아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SSG 랜더스 – 계약금 8위  / WAR 10위

[2021.08.27 / STATIZ 기준]

SSG 랜더스의 1차 지명은 수도권 팀 중 현재 성과가 가장 저조하다. SSG는 인천과 경기를 연고 지역으로 하는데 계약금이 2억을 초과하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특출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계약금 전체 규모는 10개 구단 중 8위에 해당한다. 합계 WAR이 음수일 정도로 팀에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은 선수가 없었고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그렇지만 이는 2021년 현재까지의 성과만 나타낸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기에 나중에 평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들 중 가장 이름을 알린 선수는 이건욱일 것이다. 이건욱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세계 청소년 야수 선수권 대회에서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유명세를 날렸다. 입단 후 부상과 재활로 긴 시간을 보냈고 2016년이 돼서야 시즌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다. 이후 군 문제를 해결하고 이건욱은 2020년 팀의 선발 자원으로 떠오르게 된다. 27경기 동안 122이닝을 소화하며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다.

이현석과 오원석은 현재 팀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라이징 스타다. 이현석은 대졸 포수로 지명돼 2019년까진 1군에서 거의 기회가 없었지만 30대로 접어든 올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반기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으나 후반기에 주전 포수 이재원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선발로 나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표본이 많지 않으나 3할 후반대 타율에 1.000이 넘는 OPS를 자랑한다. 이재원이 부상에서 복귀해 곧 1군에 등록될 예정이지만 이현석의 타격감이 뜨거워 쉽사리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오원석은 21살의 어린 투수지만 현재 SSG 선발진의 핵심이다. 당초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6월 박종훈과 문승원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며 오원석은 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5점대 평균 자책점으로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 SSG 상황에선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SSG가 주축 선발 3명이 이탈했음에도 5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데는 오원석의 공이 크다.

그 밖에도 이원준, 김정우, 백승건이 나란히 상무로 입대해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윤태현 역시 전국구 투수로 큰 기대를 모은다. 지난 26일 계약금 2억 5천만 원에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김광현 이후 팀 신인 중 최고액이다.

(2) 비수도권 구단에서 계속…

 

[2021.09.03, 사진 =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KT 위즈, SSG 랜더스 홈페이지, 두산 베어스 페이스북]